환절기만 되면 저는 꼭 감기에 걸렸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멀쩡한데 저만 콧물을 흘리고 있는 게 너무 지겨웠습니다. 면역력이 약한 거겠거니 생각하면서도, 정작 면역력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는 몰랐습니다. 홍삼, 프로폴리스, 비타민C 같은 영양제를 챙겨 먹어봤지만 효과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수면을 제대로 못 자면 면역 세포 활동이 떨어진다는 걸 알게 됐고, 당시 제 수면 시간이 평균 5시간 남짓이었다는 걸 떠올렸습니다. 수면 시간을 7시간으로 늘리고, 채소 섭취를 의식적으로 늘리고, 손 씻기를 더 철저히 했습니다. 그 겨울에 처음으로 감기를 한 번도 안 걸렸습니다.

면역력의 70%를 책임지는 장 건강
면역력이라는 말은 요즘 너무 흔하게 쓰입니다. 눈 주변이 떨리거나 입술이 갈라질 때, 감기에 걸렸을 때, 우리는 쉽게 "면역력이 떨어졌나 봐"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정작 면역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면역은 우리 몸을 지키는 방어 시스템입니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 먹는 음식, 매일 접촉하는 물체에는 세균, 바이러스, 미세먼지 같은 해로운 병원체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런 병원체가 몸 안으로 들어와도 우리가 알아차리기 전에 면역 반응을 통해 제거됩니다.
놀랍게도 우리 몸의 면역력 중 60~70%가 장에서 만들어집니다. 장 점막의 25% 정도가 면역 기관인 림프 조직이고, 장의 세포에서는 항체의 70%를 생산합니다. 소화기관에 사는 미생물의 무게는 약 1.5kg으로, 뇌의 무게인 1.4kg과 비슷합니다. 게다가 장은 우리 몸이 사용하는 전체 산소의 25%를 쓰는데, 이는 뇌가 쓰는 산소량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뇌만 머리를 쓰는 게 아니라 장도 머리를 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의 역할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소화, 하나는 면역입니다. 문제는 과식을 하면 소화하는 데 힘을 다 쓰니까 면역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건데, 저녁에 과식한 다음 날은 유독 몸이 무겁고 컨디션이 안 좋았습니다. 불규칙한 식습관이나 과식으로 장에 트러블이 생기면 면역력이 저하됩니다. 패스트푸드나 밀가루 음식, 가공식품,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변으로 배출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가스가 차고 아랫배가 불편하고 변비가 생기면 염증이 궤양으로 변할 수 있고, 급기야 대장암 같은 질병 확률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장 건강을 지키려면 음식을 잘 먹고 잘 소화해서 속을 편하게 지켜야 합니다. 소화의 첫 단계는 입에서 꼭꼭 씹는 것입니다. 침 속에 있는 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탄수화물을 분해해 줍니다. 밥보다 죽이 소화가 잘되고, 죽보다 미음이 소화가 잘되는 건 입자가 작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을 제대로 안 하면 위가 죽어라 일을 하게 됩니다. 위가 너무 많은 양의 일을 하다가 지치면 위경련이 옵니다. 위경련이 오래 지속되면 음식이 밑으로 안 내려가고 역류하게 되어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합니다. 저도 한때 빨리 먹는 습관 때문에 속이 자주 불편했는데, 천천히 씹는 습관을 들이니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식초도 큰 도움이 됩니다. 감식초나 매실액 같은 것을 희석해서 식사 전이나 식사 중에 마시면 좋습니다. 소주잔 기준으로 50cc라면 10cc 정도를 식초에 넣고 나머지 40cc를 물로 희석해서 마시는 게 적당합니다. 식초는 단백질 소화를 돕고 탄수화물 소화를 돕습니다. 저도 매일 아침 식초를 희석해서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면역을 튼튼히 하는 마지막 수비수는 유산균입니다. 유산균이 부족하면 소화 장애가 오고 영양분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합니다.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80~90%는 장에서 만들어집니다. 맛있는 거 먹고 배부를 때 기분 좋은 건 뇌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장이 결정할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면역의 중심축, 등 자세가 말해주는 것들
등은 우리 몸의 중심축이자 좌우 전후의 균형점입니다. 그 안에 척수 신경이 있으며 자율신경이 흐르는 신경 통로이기 때문에 몸 전체 장기의 신호를 보내고 조정하는 중추 역할을 합니다. 등을 구부리고 있으면 신체 각 부위에 문제를 일으키는 건 너무 당연합니다. 내가 볼 수 없는 곳 중에 제일 중요한 곳이 바로 내 등입니다.
척추는 경추, 흉추, 요추로 잘게 나뉘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척추 안에 척수 신경이 있고, 그 높이에 따라 가는 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척수 신경에서 바로 자율신경이 나와서 위, 장, 심장을 움직입니다. 우리가 명령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게 자율신경입니다. 외부 환경이 변해도 몸 안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출혈이나 탈수를 막기 위해 혈압과 맥박을 변화시키고, 산소 부족에 대비해 호흡을 조절하는 것도 자율신경의 역할입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면역을 방해할까요? 스트레스로 불안을 느끼면 근육이 경직됩니다. 목 근육하고 등 근육이 같이 굳어버리면 앞에 있는 신경을 눌러서 신경이 연결되어 있는 각자의 장기와의 연결을 끊어버립니다. 위가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지 않으니까 소화가 안 되고, 장이 움직여야 하는데 신호가 안 오니까 가스가 가득 찹니다. 저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시기에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한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병원에 가도 특별한 진단을 받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등 근육이 굳어서 생긴 문제였습니다.
지금 내 등은 어떤 상태일까요? 간단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걸을 때 어디를 쳐다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앞을 보고 걸어야 등 상태가 유지됩니다. 앞사람의 발뒤꿈치를 보고 걷는다면 등이 구부러져 있는 상태입니다. 또 하나, 무릎을 붙이고 기대지 않고 가슴을 펴서 90도로 앉아있을 때 어깨를 뒤로 젖혀보세요. 항복 자세처럼 말입니다. 엄지손가락이 쉽게 보인다면 라운드 숄더 상태입니다. 정말 등 면역이 좋은 사람은 엄지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로 뒤로 갈 수 있어야 합니다.
등을 편안하게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매일 15분씩 무릎을 붙이고 기대지 않고 가슴을 펴서 90도로 앉아 있는 것입니다. 어깨는 뒤로 젖히고요. 이렇게 하면 스트레스로 인해 자극받았던 근육들이 풀리면서 눌렸던 척수신경도 살아납니다. 앉아 있으면서도 허벅지 힘을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의자에 앉아서 한쪽 다리를 살짝 들고 10초 정도 버티는 것입니다. 반대쪽도 10초 정도 들고 있고 이걸 반복하면 등도 펴지고 허벅지 근육도 강화됩니다. 저도 사무실에서 틈날 때마다 이 운동을 하는데, 확실히 허리가 덜 아픕니다.
허벅지 안쪽 근육인 내전근은 골반과 연결되면서 요추와도 연결됩니다. 호흡을 잘하려면 허벅지 안쪽 근육이 좋아야 하고, 자세가 좋은 사람이 호흡을 잘할 수 있습니다. 과식을 해서 장기에 부담을 주고 가스가 많이 차면 뒤에 있는 근육도 밀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소식을 하는 것도 장 건강에 좋고 면역에도 도움이 됩니다. 면역은 유산균과 긍정적인 면역 신경, 이 두 가지가 다 조율되어야 잘 유지됩니다.
수면 습관이 면역력을 좌우한다
면역력이라는 말이 워낙 많이 쓰이다 보니 뭔가를 먹으면 면역력이 올라간다는 식의 마케팅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면역 체계는 특정 영양제 하나로 단순하게 강화되는 게 아닙니다. 면역은 수면, 영양, 운동, 스트레스 수준, 장 건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전체가 흔들립니다.
수면 부족이 면역 세포 생성을 줄인다는 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습니다. 만성 스트레스가 코르티솔을 높여 면역 기능을 억제한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홍삼이나 비타민C 같은 영양제가 면역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홍삼이나 비타민C가 면역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긴 하지만, 기본 생활습관이 엉망인 상태에서 영양제만으로 면역을 끌어올리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수면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몸 상태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평균 5시간 남짓 자던 시절엔 환절기마다 감기에 걸렸는데, 수면 시간을 7시간으로 늘리고 나서는 그 겨울에 감기를 한 번도 안 걸렸습니다. 수면 중에 면역 세포가 활발하게 생성되고, 몸이 스스로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영양제보다 수면이 먼저였습니다.
WHO에서는 아주 건강한 사람은 5%,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20%, 병 앓기 전 단계에 있는 사람이 75%라고 합니다. 병 전 단계에서 진짜 병으로 넘어갈 건지 아니면 병 전 단계에서 멈춰 있을 건지는 바로 면역이 결정합니다. 면역 점수를 계산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100점에서 시작해서 술을 마시면 -10점, 담배를 피우면 -10점, 밀가루나 설탕, 짠 음식을 좋아하면 -10점, 당뇨나 고혈압, 비만이 있으면 각각 -10점, 스트레스를 받으면 -10점, 운동을 안 하면 -10점, 35세 이후는 -10점입니다. 60점 이상이면 면역이 좋은 상태이고, 60점 이하면 면역이 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면역은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만들어지는 것도 있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유전자로 물려받은 면역력도 있지만, 부모님처럼 살아서 생기는 면역력도 있습니다. 아빠가 암에 걸린 건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 아빠처럼 살아서입니다. 식습관이나 생활 환경이나 태도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내 몸을 바꿀 수밖에 없습니다. 면역 기능을 잘 조절하고, 식습관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면역력 강화에 돈을 쓰기 전에 수면이 충분한지, 채소를 충분히 먹는지, 스트레스 관리를 하고 있는지부터 점검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면역은 높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균형이 깨지는 순간부터 다 안 좋습니다. 면역 시스템이 과하게 작동하면 알레르기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꽃가루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사람들은 면역 시스템이 꽃가루를 항원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 시스템이 자기와 남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서 나를 공격하는 것입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갑상선 기능 저하증 같은 것들이 자가면역질환입니다. 그래서 면역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챙기는 게 중요합니다.
면역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해야 되지 않아야 할 것들을 안 하는 것에서부터 옵니다. 하던 걸 그대로 하면서 몸이 좋아지길 원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바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것이 바로 식습관입니다. 식습관 하나가 바뀌면 몸의 면역이 전체가 바뀔 수 있습니다. 당신이 먹은 대로 당신이 됩니다. 과잉으로 유입된 음식이 염증으로 변해서 우리 몸을 공격합니다. 장 건강을 지키고, 등을 펴고,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것. 이 세 가지만 제대로 지켜도 면역력은 확실히 달라집니다. 제 경험상 이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