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인가 두 시간씩 앉아서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게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20분쯤 지나면 이유 없이 폰을 집어 들게 되고, 잠깐 확인한다는 게 어느새 30분이 지나 있었습니다. 일의 양이 줄어든 것도 아닌데 같은 분량의 작업을 끝내는 데 전보다 두 배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요즘 좀 피곤한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이게 한 달이 넘어가자 슬슬 걱정이 됐습니다. 알고 보니 이런 상태를 바쁜 뇌 증후군이라고 부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뇌가 쉬지 못하고 과부하 상태에 빠진 것이 집중력 저하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던 겁니다.

멀티태스킹이 집중력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예전엔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을 능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메일 답장을 하면서 회의 자료를 훑고, 메시지 알림에 답하면서 보고서를 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여겼습니다. 제가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믿었고, 그게 오히려 뇌에 피로를 쌓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습니다. 찾아보니 멀티태스킹이란 사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일 사이를 빠르게 왔다 갔다 전환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전환이 일어날 때마다 뇌는 매번 맥락을 새로 불러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인지적 자원이 소모됩니다. 겉으로는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뇌가 끊임없이 허비되고 있는 상태인 셈입니다. 뇌과학 박사 장동선 박사가 소개한 책 바쁜 뇌를 회복하라에서도 이 부분을 정확히 짚고 있습니다. 현대인의 뇌는 과도한 멀티태스킹과 끊임없는 디지털 자극으로 인해 주의력과 집중력이 저하되는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30만 년 전 인류의 뇌 구조와 지금 현대인의 뇌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과 속도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늘어났습니다. 뇌가 과부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특히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코르티솔 수치가 내려오기도 전에 또 다른 자극이 들어오면서 뇌가 항상 위협을 받는 모드로 고정되어 버립니다. 급성 스트레스는 오히려 집중력과 수행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이게 만성화되면 기억력 저하, 집중력 저하, 편도체 과활성으로 인한 감정 조절 어려움 등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제가 경험했던 집중력 저하도 결국 이 흐름 위에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바쁜 것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그랬습니다. 늘 바쁘다는 것이 열심히 사는 증거처럼 느껴졌고, 잠깐 쉬는 것조차 게으른 것 같아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무슈타크 박사 본인도 뇌신경 전문의이면서 만성피로, 불면증, 공황장애, 번아웃을 직접 겪고 나서야 바쁨이 뇌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바쁨을 자랑처럼 여기다가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돌아온 경험이 이 책의 출발점이 됐다는 대목이 제게는 상당히 크게 와닿았습니다.
꼬마 습관 하나가 뇌의 흐름을 바꿉니다
한꺼번에 삶을 크게 바꾸는 것은 어렵습니다. 바쁜 사람이 갑자기 안 바빠지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방향도 그렇습니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아무리 바빠도 지킬 수 있는 아주 작은 꼬마 습관들을 하나씩 쌓아나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중에서 제가 가장 먼저 실천한 것은 스마트폰을 알람 시계로 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알람 시계로 쓰다 보니 자기 직전까지 폰을 보게 되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폰부터 확인하게 됐습니다. 이 습관 하나가 뇌가 쉬어야 할 시간까지 자극을 받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실험 결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자 기기 멀리 두기를 실천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쉽게 잠들었고, 30분 이내에 잠든 비율이 98퍼센트에 달했습니다. 일주일에 절반 이상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한 비율도 98퍼센트에서 36퍼센트로 줄었습니다. 폰 하나를 침대 밖에 두는 것만으로 이 정도 차이가 나온다는 게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는데, 직접 해보니 실제로 달랐습니다. 뇌 끄기 습관도 제게는 유용하게 작동했습니다. 잠깐 동안 눈을 감고 호흡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은 뇌가 쉬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쉰다는 것은 외부 자극 없이 뇌가 조용해지는 상태를 만들어 주는 겁니다. 장동선 박사가 강의 직전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세수하고 조용한 곳에서 3분간 복식 호흡으로 머릿속을 비우는 루틴을 쓴다고 했는데, 저도 비슷하게 업무 중간에 5분 정도 눈 감고 호흡만 따라가는 연습을 해봤습니다. 처음에는 그 짧은 시간도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한 느낌이 들었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 그 시간이 끝나고 나서 머릿속이 확실히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일주기 리듬 회복도 중요한 꼬마 습관 중 하나입니다. 일어나는 시간과 잠드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바쁠수록 생활 리듬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새벽 2시까지 일하다가 3시간만 자고 나오는 날이 반복되면 뇌는 기준 리듬을 잃게 됩니다. 장동선 박사 본인도 이 리듬이 3일 이상 급격하게 흔들렸을 때 대상포진까지 경험했다고 직접 말했습니다. 삶의 리듬이 깨지는 것이 바쁜 뇌 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는 말이 그래서 더 무겁게 들렸습니다. 카페인 섭취 방식도 점검이 필요합니다. 커피를 마실 때 비스킷이나 달달한 음식을 함께 먹는 습관이 오히려 뇌 피로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단순 정제당이 들어오면 혈당 스파이크가 생기고, 잠깐 에너지가 오르다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오히려 더 피곤해지는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카페인의 각성 효과도 당 섭취와 겹치면 상쇄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걸 보고 나서 오후 커피 타임에 같이 먹던 과자를 끊었는데, 오후 집중력이 전보다 오래 유지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집중력 회복은 환경 설계에서 시작됩니다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느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지력의 문제로 접근합니다. 더 열심히 하려고 하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집중하려고 억지로 버팁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그 방식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의지력은 쓸수록 줄어드는 자원이고, 이미 과부하 상태인 뇌에 의지력까지 끌어 쓰는 것은 더 빠른 소진으로 이어질 뿐이었습니다. 집중력을 되찾는 데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것은 환경을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폰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이 손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억력, 집중력, 학습 능력에 영향을 줍니다. 폰이 뒤집혀 있어도, 무음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시야에서 치워버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알림도 최소화했습니다. 이메일, 메신저, SNS 알림을 전부 꺼두고 정해진 시간에만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꿨더니 끊임없이 주의가 분산되던 패턴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뽀모도로 방식도 유용했습니다. 25분 집중하고 5분 쉬는 사이클을 반복하는 방식인데, 처음엔 25분이 너무 짧은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끝이 보이는 시간이 주는 긴박감이 오히려 집중력을 끌어올렸습니다. 두 시간을 막연하게 집중하려다 산만해지는 것보다, 25분짜리 덩어리로 쪼개서 하나씩 처리하는 것이 실제로 생산성이 높았습니다. 2주 정도 지속했더니 예전처럼 한 가지 일에 오래 앉아 있는 게 다시 가능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집중력 저하를 개인의 의지 문제로 보는 시각이 아직도 많은데, 짧은 영상과 무한 스크롤에 익숙해진 뇌가 긴 호흡의 집중을 점점 어려워하게 된다는 연구가 늘고 있습니다. 이건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이 뇌의 주의 체계 자체를 바꿔놓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결도 환경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장동선 박사가 언급한 게렌시아라는 개념도 오래 남았습니다. 나만의 쉴 수 있는 공간, 온전히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달리기가 될 수도 있고, 사우나가 될 수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는 10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이 뇌에게 진짜 쉬는 시간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겁니다. 폰을 보면서 쉰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을 차단하고 뇌가 조용해지는 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바쁜 뇌 증후군은 갑자기 찾아오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쌓인 과부하가 어느 날 집중력 저하, 만성피로, 불면, 번아웃의 형태로 터져 나오는 것입니다. 이미 그 신호가 느껴진다면 지금 당장 삶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잠자리에 폰을 방 밖에 두는 것 하나만 해보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작은 꼬마 습관 하나가 뇌의 흐름을 바꾸는 첫 번째 스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