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작업을 하다 보면 손목이 아픈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파스 붙이고 넘겼는데, 어느 날부터 마우스 클릭할 때마다 손목 안쪽이 찌릿하게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밤에 손이 저려서 잠에서 깬 적도 있었고요. 정형외과에 가니 손목터널증후군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손목 통증은 원인이 정말 다양한데, 압통점만 잘 확인해도 어느 정도 자가진단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손목 어느 부위가 아픈지에 따라 의심되는 질환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손목 압통점으로 보는 주요 질환들
손목 통증의 원인을 찾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압통점입니다. 압통점이란 특정 부위를 눌렀을 때 통증이 발생하는 지점을 말합니다. 손목 주변에는 질환에 따라 압통이 나타나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이 지점들을 잘 확인하면 병원 가기 전에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합니다.
손등 중앙 부위를 눌렀을 때 아프다면 신전건 건초염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신전건은 손가락과 손목을 펴는 힘줄인데, 키보드나 마우스를 많이 쓰거나 가사일이 많은 경우 이 부위에 염증이 생기기 쉽습니다. 제 경우도 하루 종일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니 이 부위가 뻣뻣하고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비슷한 위치에 말랑말랑한 혹이 만져진다면 결절종일 수 있는데, 이건 사실 절반 정도는 자연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무작정 주사로 빼는 것보다 지켜보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엄지손가락 쪽 손목 측면이 아프다면 드퀘르뱅 건초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도 청소기 돌리고 나면 이 부위가 욱신거렸던 적이 있는데, 엄지손가락을 다른 손가락으로 감싸고 손목을 새끼손가락 방향으로 꺾으면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는 게 특징입니다. 이를 핀켈스타인 검사법이라고 하는데, 집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임산부나 출산 후 모유 수유 중인 분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데, 이 시기에는 약물이나 주사 치료가 어려워서 만성 통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목보다 좀 더 아래쪽, 팔목 부분이 아프고 탱탱하게 부어 있다면 교차점 증후군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 부위는 4개의 힘줄이 2개씩 교차하는 특이한 구조인데, 손목을 굽혔다 폈다 반복하는 동작이 많으면 힘줄끼리 마찰이 생겨서 염증이 발생합니다. 웨이트 운동이나 라켓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겪는 증상입니다. 일반적으로 보호대를 착용하고 안정을 취하면 좋아진다고 하지만, 제 경험상 원인이 되는 동작을 완전히 끊지 않으면 재발하기 쉬웠습니다.
손목터널증후군과 신경 압박 질환들
손목 안쪽 중앙 부위, 손바닥이 손목과 연결되는 지점을 눌렀을 때 저린 느낌이 재현된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야 합니다. 제가 겪었던 것도 바로 이 증상이었는데, 이 부위를 두드렸을 때 엄지부터 네 번째 손가락까지 찌릿한 느낌이 퍼지는 게 티넬 징후라고 합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안쪽 통로가 좁아지면서 정중신경이 눌려서 생기는 건데, 초기에는 손저림 정도지만 방치하면 감각이 둔해지고 악력이 떨어져서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게 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손목터널증후군은 진행성 질환이라는 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계속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보호대 착용이나 주사 치료로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지만, 일정 단계 이상 진행되면 수술이 필요합니다. 너무 진행된 상태에서 수술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거나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손저림이 지속된다면 조기에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제 경우엔 마우스 위치가 너무 낮고 손목이 꺾인 채로 작업했던 게 원인이었습니다. 손목 받침대를 사고 마우스 높이를 조정했더니 한 달 뒤엔 증상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손목 받침대도 오히려 손목을 고정시켜서 혈류를 방해한다는 의견도 있어서, 무조건 좋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받침대보다 한 시간마다 손목을 돌리고 스트레칭하는 습관이 더 도움이 됐습니다.
손바닥 쪽 손목 중앙 전체가 넓게 아프다면 굴곡근 건초염일 수 있습니다. 이건 손바닥 쪽으로 주행하는 여러 힘줄에 염증이 생긴 건데, 손을 굽혔다 폈다 할 때 뻑뻑한 느낌이 드는 게 초기 증상입니다. 특히 엄지손가락 쪽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방아쇠 무지라고 하는데, 손가락을 굽히거나 펼 때 걸리는 느낌이 특징적입니다. 이것도 과사용이 주된 원인이라서, 사용을 제한하고 약물이나 주사 치료를 하면 대부분 좋아지지만 심한 경우 수술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뼈와 관절 문제로 인한 손목 통증
엄지손가락을 따라 손목 쪽으로 내려오면 약간 돌출된 부분이 있는데, 이 부위를 눌렀을 때 아프다면 기저부 관절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이건 손등뼈와 손목뼈가 만나는 관절에 퇴행성 변화가 온 것인데, 50대 이상 여성의 3분의 1에서 관찰될 만큼 흔합니다. 관절염은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더 진행되지 않게 관리하는 게 중요한데, 약물이나 주사로 조절이 안 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손목 새끼손가락 쪽에 뼈가 툭 튀어나온 부분이 있는데, 이 부위가 아프다면 척골 충돌 증후군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손목은 요골과 척골, 수근골로 구성되는데, 척골이 요골보다 길면 척골과 수근골 사이에서 충돌이 반복적으로 일어납니다. 이걸 척골 양성 변이라고 하는데, 골격 구조 자체의 문제라서 만성적으로 묵직한 통증이 지속됩니다. 심한 경우 척골 길이를 조정하는 단축술이라는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엄지손가락 밑 손목 부위를 만져보면 콩알 같은 뼈가 만져지는데, 이 부위가 아프다면 주상골 문제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주상골은 손목 역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뼈인데, 손을 짚고 넘어졌을 때 골절이 생기기 쉽습니다. 문제는 주상골 골절은 외관상 큰 변형이 없어서 단순 염좌로 오해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골절이 불유합 상태로 진행되면 손목 전체에 퇴행성 관절염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외상 후 지속적인 통증이 있다면 반드시 영상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손등 중앙 약간 위쪽에 만성적인 통증과 강직이 있다면 키엔벡병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이건 월상골이라는 손목뼈에 혈류 공급이 안 돼서 뼈가 괴사되는 병인데,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 자체가 일반 손목 통증과 구분이 어려워서 조기 발견이 쉽지 않지만, 방치하면 역시 관절염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만성 통증이 해결되지 않으면 영상 검사가 필요합니다.
손바닥 새끼손가락 쪽을 만져보면 콩알 같은 뼈가 딱딱하게 만져지는데, 이걸 두상골이라고 합니다. 이 부위에 압통이 있다면 두상골 증후군인데, 무거운 물건을 반복해서 들거나 키보드 작업 중 손목을 바닥에 대고 마찰을 가하면 이 부위에 염증이 생깁니다. 보통 원인 동작을 제한하고 보조기를 착용하면 좋아지지만, 제 경험상 바닥과의 마찰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했습니다.
손목 통증은 원인이 정말 다양하지만, 압통점만 잘 확인해도 어느 정도 진단이 가능합니다. MRI나 CT 같은 고가 검사 없이도 집에서 자가진단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이 유용합니다. 물론 증상이 만성적이거나 잘 조절되지 않는다면 기본 X-ray 검사는 꼭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손목 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예방입니다. 손목이 중립 위치를 유지하게 하고, 반복 동작을 줄이고, 틈틈이 스트레칭하는 습관이 장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입니다. 장비보다 자세와 습관이 먼저라는 걸 제 경험을 통해 확실히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