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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부족의 진실 (자살률, 비만, 치매)

by 아련한 인생 2026. 2. 25.

솔직히 말하면 저는 한동안 수면을 진짜 대충 생각했습니다. 야근하고 집에 오면 새벽 1시, 알람은 7시. 그래도 뭐 6시간이면 되지 않나 싶었습니다. 주말에 몰아서 자면 된다고 스스로를 설득했고, 카페인으로 버티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커피를 마셔도 졸리고, 점심 먹고 나면 회의 중에 눈이 감기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반복됐습니다. 처음엔 그냥 요즘 일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감기가 한 달 넘게 안 낫고 입 안에 구내염이 달고 사니까 그때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습니다.

수면 부족

우리나라 자살률 1위, 수면 부족과의 연결고리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는 수면 시간에서 압도적인 꼴찌입니다. 2016년 통계를 보면 다른 나라들이 평균 7시간 50분 정도 자는 동안 우리는 거의 한 시간이나 적게 잡니다. 근데 이 통계를 보면서 놀라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게 더 문제입니다. 오히려 "7시간 50분이나 자? 내 주변엔 그런 사람 없는데"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해외 사람들은 이 수치 보고 한국 사람들 큰일 났다고 걱정하는데, 정작 우리는 수면 부족에 너무 관대합니다.

더 심각한 건 우리나라가 OECD 42개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점입니다. 10만 명당 24.1명으로 OECD 평균 11.1명의 두 배가 넘습니다. 물론 자살률의 원인을 수면 부족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수면 부족이 자살 충동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특히 외향적인 사람들이 더 취약하다고 합니다. 충동성이 높고 인내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성향인데, 수면이 부족하면 전두엽의 제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충동 조절이 더 어려워집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에서는 수면 패턴이 불규칙하면 우울증 여부와 상관없이 자살 충동이 높아진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저도 수면 부족 상태로 일하다 보면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별것 아닌 일에 화가 나거나, 평소라면 넘어갈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어떤 날은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병원 갔더니 딱히 이상 없다고 해서 더 답답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다 수면 부채가 쌓여서 나타나는 증상이었습니다.

수면 부족이 비만을 부르는 이유

한때는 질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암까지 유발한다고 알려진 게 비만입니다. 근데 많은 사람들이 잠을 잘 못 자면 오히려 살이 빠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수면 부족은 비만의 굉장히 중요한 원인입니다.

수면 부족은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줍니다. 그렐린이라는 허기를 느끼게 하는 호르몬 수치는 증가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 수치는 감소합니다. 그러니까 잠을 못 자면 배가 계속 고프고, 배가 불러도 계속 먹게 됩니다. 게다가 충동 제어 기능도 떨어지니까 먹고 싶은 걸 참기가 더 어렵습니다. 실제 연구에서 참가자들을 8시간 반 자기와 4시간 반 자기로 나눠서 먹는 양을 비교했더니, 4시간 반만 잔 사람들이 하루에 300kcal를 더 먹었습니다. 한 끼를 더 먹는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맞는 얘기입니다. 잠을 못 잔 날은 유독 단 것, 칼로리 높은 것이 당깁니다. 야식으로 라면 끓여 먹고, 퇴근길에 편의점 들러서 과자 사고, 집에 와서도 뭔가 계속 집어 먹게 됩니다. 머리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손이 먼저 움직입니다. 300kcal 정도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게 1년이면 10만kcal씩 쌓이는 겁니다. 그리고 몸무게는 그렇게 조금씩 늘어갑니다.

치매 위험과 낮잠의 효과

철의 여인이라 불린 마거릿 대처는 하루에 네 시간만 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업무에 몰두하며 수면 시간을 최소화했던 그는 말년에 뇌졸중과 치매로 고통받았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도 하루 네다섯 시간만 잤는데, 나중에 치매에 걸려 본인이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상태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물론 수면 부족이 치매의 유일한 원인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나의 중요한 원인일 수 있다는 건 이미 연구로 밝혀졌습니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요인이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변형입니다.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면 이 단백질이 변형되면서 뇌에 쌓이고, 끈적거리는 덩어리를 형성해서 주변 뇌세포를 죽입니다. 반대로 충분히 자면 글림프 시스템이라는 뇌 청소 시스템이 작동해서 이런 변형된 단백질들을 제거합니다. 잠을 자는 동안 뇌가 스스로 청소를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낮잠은 어떨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낮잠을 게으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중국, 베트남, 그리스, 남미 등 여러 나라에 낮잠 문화가 있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그리스에서는 2000년대 들어 시에스타 낮잠 문화를 없앤 적이 있는데, 하버드대 연구진이 23,000여 명을 6년간 추적 조사했더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낮잠을 포기한 사람들은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37% 증가했고, 특히 직장인들은 사망 위험이 60%나 증가했습니다.

저도 낮잠을 자야 한다는 건 알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점심 먹고 나면 살짝 잠이 오는데, 이때 자 버리면 밤에 못 잘 것 같아서 억지로 버팁니다. 그래서 개 산책을 나가든 뭔가를 하든 하지만 능률은 다 떨어집니다. 일반적으로 낮잠은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짧게라도 자는 게 그냥 버티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15~30분 정도 눈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오후 내내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생깁니다.

7시간이라는 숫자 자체가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 숫자에 집착하면서 시간만 채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7시간을 채워도 중간에 자꾸 깨거나, 잠들기까지 1시간이 걸리거나, 뒤척이다 보면 실제로 깊이 잔 시간은 훨씬 짧습니다. 수면 전문가들이 말하는 건 시간보다 수면의 질, 즉 깊은 수면 단계를 충분히 거쳤느냐는 건데 이걸 일반인이 체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현실적으로 7시간 확보도 쉽지 않은 사람이 더 많습니다. 차라리 몇 시에 자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 자기 전 30분은 화면을 보지 않는 것처럼 작은 습관부터 시작하는 게 현실적으로 더 와닿는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e4JqJE2H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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